밀집·밀접·밀폐의 도시 생활로 위기
올바른 처방법은 ‘생태사회 대전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을 위기로 몰고 있다.
세계 경제에 큰 혼란을 일으킨 것은 물론 사회적 불균형 또한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많은 이들의 일상 속 소소한 행복마저 이 전대미문의 전염병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요즘이다.
다만 아이러니한 것은 인류를 공황으로 밀어넣은 현재 상황의 주범이 다름 아닌 인류 스스로라는 점에 있다.
무분별한 산업화·도시화로 자연이 훼손되면서 나타난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등이 코로나19를 일으킨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가 출간한 <농산촌유토피아를 아시나요>는
이같은 문제의식을 배경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는 책이다.
그는 ‘근본적으로 인간사회를 생태사회로 대전환시키는 것’이 위기를 맞이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가장 올바른 처방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생태공간인 농산촌에 주목해 이를 현대인들의 이상향,
즉 유토피아(Utopia)와 같은 공간으로 추구하자고 제안한다.
“제주도 곶자왈이나 비자림, 강원도나 경상도의 아름다운 산촌, 서해안이나 남해안의 적요한 바닷가 등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직원들의 일터가 될 수 있다.
출판사도 방송국도 숲속에서 운영할 수 있는 시대다.
이제는 인간이 살기 위해 농산촌의 품에 안겨야 한다.”
‘농산촌유토피아’는 이같은 현 대표의 생각을 포괄한 단어다.
밀집·밀접·밀폐의 도시 위주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의 원형이 살아 있는 공간인 농산촌에서의 삶을 펼쳐나가자는 것이다.
책에는 이러한 농산촌유토피아를 실현하고자 현 대표가 관찰하고 탐구한 여정이 담겼다.
농산촌이 지닌 환경적·공동체적 가치를 조명한 것은 물론, 지속가능한 미래 농산촌을 디자인하기 위한 올바른 협동조합의 역할을 모색했다.
또 신토불이·지산지소 운동 등 로컬푸드 소비를 통해 살기 좋은 농산촌으로 나아가는 다양한 경제적 실천방법들을 살펴봤다.
아울러 충남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 등 국내 대표적인 생태마을과 이스라엘의 협업농장인 키부츠, 일본 홋카이도의 시호로농협 등 바람직한 해외 실천 사례 등을 다양하게 취재했다.
책 속으로
제주도 곶자왈이나 비자림 숲, 강원도나 경상도의 아름다운 산촌, 서해안이나 남해안의 적요한 바닷가 등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직원들의 일터가 될 수 있다. 출판사도, 방송국도 숲 속에서 운영할 수 있는 시대다. 이제는 인간이 살기 위해 농산촌의 품에 안겨야 한다. (13쪽, 프롤로그 ‘문명사회의 난민, 21세기 인류’ 중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하려면 지구 에너지의 약 70%를 사용하는 대도시가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 변화와 치유의 방향이 곧 농업과 농산촌 아니겠는가. 어떤 환경운동가는 ‘코로나19는 지구촌에 보약이고 인간에게는 독약’이라는 의미의 ‘지약인균(地藥人菌)’이란 말을 썼다.
이 시대에 절묘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표현이다 (29쪽, ‘코로나19로 높아진 농산촌의 가치’ 중에서)
오랜 역사 속에서 농업이 인류사회의 중심적 산업이 된 이유는 농업의 생산성이 높아서가 아니다.
인류에게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문명을 건설하는 길을 열어왔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농업과 농촌이 가야 할 방향도 근대화의 상징인 규모화와 생산량 증대가 아니고,
새로운 지구촌 사회에 걸맞은 바람직한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는 것이다.
(80쪽, ‘지역순환 공생경제를 이루자’ 중에서)
마을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노인에게 적합한 일거리다.
《유토피아》를 쓴 토마스 모어는 “농촌 마을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라고 했다.
인도의 영웅 간디는 “나라의 독립보다 먼저 마을이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중요한 우리의 마을들이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마을의 역사와 전설 등을 도시의 청년들과 마을의 노인들이 참여해 기록으로 남기는 사업을 국가 보조 사업으로 진행해야 한다.
노인들의 체험담, 선대로부터 들은 이야기 등을 토대로 만든 마을 역사 기록물은 후손에게 소중한 역사와 문화 자료가 될 것으로 믿는다.
(157쪽, ‘건강수명 늘리는 가벼운 일과 농산물 직매장’ 중에서)
이러한 강인함이 바로 농가의 ‘농업력’이다. 좁은 의미로는 ‘자급력’이라고 해도 좋다.
농부에게는 생활 필수품을 구입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검소함과 자연 복원력을 이용하는 지혜,
그리고 서로 힘을 합치는 협동정신이 있다.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돈만 버는 소비자와 달리
농가는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 자급력은 ‘마을’과 ‘자연’이 뒷받침한 것인 만큼 강하다. (194쪽, ‘생명밥상 만드는 농부는 성직자’ 중에서)
출판사 서평
저자는 “자연과 인간이 친화적 관계를 만들어, 인간이 안식을 얻고 문명의 폐해를 멀리할 수 있는 곳”으로 농산촌유토피아를 제시하며, 이를 찾기 위한 관찰과 여정을 40여 편의 칼럼에 담아 책으로 엮었다.
먼저, 제1장 ‘농산촌유토피아의 꿈’에서는 농산촌이 지닌 원형적 아름다움과 공동체적 가치를 문명사적 관점에서 조명한다. 코로나19는 21세기 인류 문명에는 엄중한 경종이지만, 동시에 농산촌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지역 순환형 사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저자는 ‘농토피아, 광암마을의 꿈’이라는 글을 통해 고향 마을에 대한 절절한 사랑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농촌의 모습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제2장 ‘협동조합 복지사회 〈쿱토피아〉’에서는 미래 사회 디자인을 위한 협동조합의 역할을 진지하게 탐색한다.
유엔은 2030년까지 도달해야 할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를 정하고 우리가 환경과 빈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최후의 세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할 조직이 상호배려와 지역사회 공현을 이념으로 하는 협동조합, 그중에서도 농협이다.
이 장에서는 일본 농협 현실에서 우리가 배울 점, 농민의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지위 향상을 위한 농협의 사명 등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모색한다.
제3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생태공동체’는 국내의 대표적인 생태공동체 마을을 통해 농산촌유토피아의 가능성을 엿본다. 충북 괴산 눈비산마을, 충남 홍성 문당리 등을 둘러본 저자는 ‘1차 산업과 함께 영위되는 건강한 생태사회의 재구축’을 힘주어 말한다. 그래야 자연도, 마을도 회복될 수 있다는 것.
제4장 ‘신토불이와 윤리소비 그리고 농산촌유토피아’는 농산촌유토피아를 앞당기는 다양한 경제적 실천 방법을 살펴본다. 우리나라의 신토불이, 이와 비슷한 일본의 지산지소, 나라 안팎의 로컬푸드 운동과 윤리적 소비 등을 소개한다. 또한 일본 현지에서 보낸 여러 기고문을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일본 농업계의 자성과 실천을 볼 수 있다.
제5장 ‘세계 농산촌유토피아를 가다’는 저자가 취재한 각국의 사례를 엮었다. 스위스 알프스의 산촌농가, 이스라엘의 집단농장 키부츠, 일본의 생태공동체와 이를 이루어온 사람들의 노력을 다각도로 탐색한다.
이를 통해 현실의 농산촌을 이상적인 삶의 터전으로 가꾸기 위해서는 농업ㆍ농촌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또 1930년대부터 ‘농촌유토피아 창조’를 목표로 노력해온 일본 시호로농협의 사례는 농협이 지역 활성화의 주축이 돼 농산촌유토피아를 만드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목차
자작시 유토피아 내 고향
이끄는 말 왜 농산촌유토피아인가
프롤로그 문명사회의 난민, 21세기 인류
제1장 농산촌유토피아의 꿈
농산촌유토피아를 이루자
코로나19로 높아진 농산촌의 가치
코로나19 이후 가족농과 지속가능한 발전
[opinion] 코로나19 시대, 전원 작가의 삶
농토피아, 광암마을의 꿈
전원은 신이 만들었다
원초적 희망이 있는 마을공동체
도시인이 안식 얻는 21세기 도원향
축복받은 녹색 땅
인류 존속 철학, 지렁이 꿈
청소년에게 자연의 추억을
제2장 협동조합 복지사회 ‘쿱토피아’
품격 높은 국가가 되려면
지역순환 공생경제를 이루자
[opinion] 미래사회,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유엔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와 협동조합 역할
도원향(稻源鄕)!
석곡농협 건강수명 100세 프로젝트
천년 존속 가능한 협동조합을 위하여!
일본 정부와 농협의 충돌, 일본 농협은 어디로 가나
농협본부장으로서 아쉬웠던 기억
제3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생태공동체
마을의 위기, 도시의 위기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사회
[opinion] 1차 산업과 함께하는 유토피아적 사회
농토피아, 눈비산마을 공동체
유기농 농토피아, 문당리
건강수명 늘리는 가벼운 일과 농산물 직매장
음다흥(飮茶興) 음주망(飮酒亡)
유기농업과 농업 6차 산업화
제4장 신토불이와 윤리소비 그리고 농산촌유토피아
로컬푸드와 신토불이 그리고 지산지소
황금자본주의에서 농산촌자본주의로
[opinion] 연대와 공존의 농산촌유토피아 만들자
농산촌유토피아 앞당기는 신토불이 운동
[opinion] 윤리적 소비 시대가 열린다
[opinion] 코로나19 해결 열쇠는 자연 속에 있다
생명밥상 만드는 농부는 성직자
선진국으로 가는 필요조건, 농복연대
[opinion] 코로나19와 일본 농업의 진화 움직임
[opinion] 코로나19로 달라지는 세상
제5장 세계 농산촌유토피아를 가다
스위스 알프스의 아름다운 산촌농가
사막의 꽃, 이스라엘 키부츠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농가 레스토랑 베벵코
예술의 섬으로 변신한 나오시마
지상낙원 같은 생태도시, 일본 아야읍
21세기 도원향, 일본 산촌마을 유후인
지방자치의 묘미, 사쿠라가이도 국도의 역
농촌유토피아 창조하는 홋카이도 시호로농협
코로나19 이후 농촌유토피아 전략 펴는 오야마농협
에필로그 농산촌은 인류를 구할 귀중한 공간
참고문헌
◎ 출처 : 농민신문, 인터넷 교보문고